[포커스] ‘자격 미달’ 이사가 결정한 차기 대표 선임 정당한가?
– 조승아 전 이사 겸직 논란부터 이사회 규정 변경까지… 지배구조 ‘사상 초유의 불확실성’
– 조인우 위원장, 채권자 보조참가인으로 항고 제기… “절차적 정의 바로 세울 것”
최근 KT 이사회가 상법상 결격 사유가 있는 이사를 방치한 채 차기 대표이사 선임 절차를 강행했다는 비판이 거세지며 언론의 집중 포화를 맞고 있다. 특히 이번 사태는 단순한 행정 실수를 넘어, 이사회가 스스로 정한 규정과 상위 법령을 무시하며 지배구조의 투명성을 스스로 무너뜨렸다는 점에서 심각성을 더하고 있다.
■ ‘유령 이사’가 참여한 대표이사 선임… 논란의 핵심은?
이번 논란의 중심에는 지난 12월 자격 상실이 뒤늦게 공시된 조승아 전 사외이사가 있다. 조 전 이사는 2024년 3월 현대제철 사외이사를 겸직하기 시작했으나, 당시 KT의 최대주주가 현대차그룹으로 변경되면서 상법상 ‘최대주주 계열사 임원’에 해당하여 즉시 사외이사 자격을 상실했다.
하지만 KT 이사회는 이 사실을 1년 8개월간 방치했다. 문제는 자격이 없는 조 전 이사가 박윤영 차기 대표이사 후보를 결정하는 이사후보추천위원회에 참여해 후보 압축 과정 전반에 관여했다는 점이다.
■ 가처분 소송 경과 및 주요 법적 쟁점
이에 대해 KT 노동인권센터 등은 이사회 결의의 효력을 정지해달라는 가처분 신청을 제기했으나, 지난 2월 27일 1심 법원(수원지법 성남지원)은 이를 기각했다. 현재 소송의 핵심 쟁점은 크게 세 가지다.
- 첫째, 의결 정족수와 무효 표의 처리: 법원은 조 전 이사의 표를 제외하더라도 정족수가 충족된다는 취지로 기각했다. 그러나 항고인 측은 자격 없는 이사의 참여 자체가 심의 과정의 공정성을 훼손한 ‘중대한 절차적 하자’라고 반박하고 있다.
- 둘째, 자본시장법상 성별 다양성 위반: 조 전 이사가 빠질 경우 KT 이사회는 전원 남성으로 구성된다. 이는 자산 2조 원 이상 상장사가 특정 성별로만 이사회를 구성할 수 없도록 한 자본시장법(강행규정) 위반에 해당한다는 지적이다.
- 셋째, 이사회 규정의 자의적 해석: 회사 측은 최종 단계에만 참여하지 않았으면 문제없다는 입장이지만, 후보를 걸러내는 중간 단계에 결격 사유가 있는 인사가 참여한 것만으로도 선임 절차의 정당성이 근본적으로 부정된다는 것이 조합 측의 논리다.
■ “감시와 견제 없는 이사회는 존재 이유 없어”
현재 우리 노동조합의 조인우 위원장은 이번 가처분 소송에 채권자 보조참가인으로 직접 참여하며 이사회의 독단을 막기 위한 법적 투쟁에 나섰다. 지난 1심 결과에 불복하여 즉시항고를 제기한 상태이며, 수원고등법원에서 법리적 근거를 바탕으로 이사회 결의의 부당성을 다시 다툴 예정이다.
조인우 위원장은 “컴플라이언스를 담당하는 법학박사로서, 이번 사안은 명백한 법적 하자를 덮으려는 이사회의 무책임한 행태”라며 “합리적이고 근거 있는 법률 분석을 통해 KT의 경영 투명성을 바로잡고 노동조합원들의 권익을 지키겠다”고 밝혔다.
[도움말] * 가처분 소송: 긴급한 사안에 대해 법원이 임시로 내리는 결정. 이번 항고는 1심 기각에 대해 상급 법원의 판단을 다시 구하는 절차입니다.
- 채권자 보조참가: 소송 결과에 직접적인 이해관계가 있는 제3자가 한쪽 당사자를 돕기 위해 소송에 참여하는 제도입니다.